기사출처 : 조선일보 권순완 기자 (2018.10.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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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大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에 동문 도움으로 2년간 무상 지원


경전숙(29) 변호사는 지난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한 공공기관에 취직했다. 주로 임대차 관련 법률 자문을 맡았다. 학창 시절 꿈은 따로 있었다. 무명 작곡가들의 저작권을 보호해 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변호사 사무실을 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모교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낸 창업 지원 공고를 보고 변호사 개업(開業)을 결심했다. 2년간 사무실을 무상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경 변호사는 이번 달 법무법인 '푸른 봄'을 개업한다. "작곡가나 웹툰 작가 등 대중문화 창작자에 대한 법률 자문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고려대가 국내 로스쿨 가운데 처음으로 모교 출신 변호사들의 법률회사(로펌) 창업 지원에 나선다. 2일에는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법(法)창의센터 개소식을 연다. 선발된 졸업생에게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 사무실을 2년간 무상으로 제공한다. 원로급 법조인들도 자문역으로 연결해 줄 예정이다. 변호사 수가 늘고 수임(受任)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로스쿨이 창업 지원까지 나선 것이다. 현재 국내 변호사는 2만5000여 명으로 매년 1500명이 새로 변호사가 된다.

박상수(39) 변호사도 고려대 로스쿨 지원으로 법무법인 '선율'을 창업한다. 그는 지난 5년간 국내 대기업 그룹의 사내 변호사로 일해 왔다. 박 변호사는 "대기업과 하도급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이 자금 여유가 없어 제대로 된 법률 조언을 못 받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중소 규모 하도급업체에 특화된 법무·세무 자문에 응할 계획이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경쟁을 뚫고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에 들어간 젊은 변호사들에게 창업은 어려운 결정이다. 변호사 사무소가 밀집한 서초동에서 개업하려면 억대 보증금에 변호사 1인당 200만~300만원의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들에게 지원되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660㎡(200평) 면적의 사무실은 정승우 유중문화재단 이사장이 무상으로 제공했다. 정 이사장은 고려대 법대 동문이다. 법창의센 터 초대 소장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맡았다. 총 6개 로펌을 지원하는 게 목표로 현재 2개 팀이 선발됐다. 로스쿨이 키운 로펌은 앞으로 창업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강의하고, 후배 변호사의 취업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명순구 고려대 로스쿨 원장은 "동문 변호사가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로스쿨이 창업으로 지원해 도약시켜주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