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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침해와 부수품 등 판매감소로 인한 손해


1. 문제의 소재

특허권 침해로 인해 특허품 자체의 판매가 감소하는 외에도, 그 부수품의 판매가 동반감소하거나 설치공사 등 부수적 용역의 기회가 동반감소하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 특허권자의 영업 유형에 따라서는 부수품이나 부수적 용역의 판매가 오히려 더 중요한 수익 모델인 경우도 있으므로 그 판매 감소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도 특허법이 마련한 손해액 산정의 특칙(제128조)을 적용할 수 있는지, 그 근거와 요건은 무엇인지 검토하는 것은 중요하다.


2. 판례의 태도와 그 문제점

대법원은 오래전 의장권 침해 사건(대법원 2006.10.13. 선고 2005다36830 판결)에서 이 문제를 판단한 바 있다. ‘천장 흡읍판’ 의장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권리자인 원고는 ‘천장 흡음판을 제조·판매하면서 구매자로부터 천장 흡음판의 설치공사까지 수급받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침해로 인해 상실한 천장 흡음판 대금은 물론 설치공사 대금 또한 손해배상의 특칙인 구 의장법 제64조 제1항에 따라 배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천장 흡음판 공사대금은 의장 물품인 흡음판 자체의 판매가액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구 의장법 제64조 제1항의 적용을 거부하였다.주1 그러나 침해로 인해 권리자 제품의 판매가 감소하는데 수반하여 자동적으로 그 시공용역의 기회까지 상실되었고, 피고를 포함한 거래자들이 그 상황을 예견가능하였다면 이를 손해배상 특칙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굳이 민법상 손해의 문제로 취급한 것은 합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허침해의 상황에 적용해도 이는 마찬가지이며, 부수품이나 부수적 용역의 판매 상실분에 대해서도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의 특칙인 특허법 제128조가 함께 적용됨이 합당하다. 그 법리상 이유는 아래 3.나.에서 살펴보겠거니와, 예컨대 미국에서도 침해로 인해 비특허 부수품 등의 판매 감소가 있었다면 이를 특허침해로 인한 배상 대상에 포함시킨다(전체 시장가치 원칙: Entire Market Value Rule).주2 독일에서도 특허 침해자가 침해품 외에 부수품 판매로 얻은 이익도 손해배상을 통해 환수되어야 할 이익으로 본다.주3 


3. 주목할 만한 최근의 특허법원 판결과 그 한계점

비교적 최근의 부수품 관련 손해배상 판결에서, 특허법원은 종래 대법원 판례와는 다른 시각을 보여주어 주목된다.


가. 특허법원 2025. 3. 13. 선고 2022나2206 판결(확정)


(1) 인정된 사실

원고는 건물의 배전설비인 ‘조인트 키트’의 특허권자인데 피고는 원고의 위 특허권을 침해하였다. 그런데, ‘조인트 키트’는 비특허품인 ‘부스 덕트’와 사실상 세트로 판매, 시공되는 바, 피고의 특허침해가 없었다면 원고는 ‘조인트 키트’ 외에도 ‘부스 덕트’의 판매 및 시공용역으로 인한 이익도 얻을 수 있었을 것임이 합리적으로 충분히 예견되었다.


(2) 판단의 요지

마치 ‘하나의 제품을 구성하는 여러 부품’처럼 특허품과 함께 판매되는 부수품이거나 판매자에 의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설치·시공 용역이고, 특허침해가 없었더라면 그런 부수품 등의 판매가 수반되었으리라는 합리적 예견이 가능하다면 부수품 등의 판매감소와 침해행위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특허법 제128조에 기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특허법 제128조 제2항(침해품 판매수량 × 권리자의 단위당 이익액 = 손해)은 특허침해품 자체를 양도하거나 그 대체품을 양도한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고, 부수품 등의 판매분에도 이 산식을 적용하여 손해액을 산정할 수는 없다. 한편, 침해품(조인트 키트)과 부수품(부수 덕트)의 판매, 시공으로 인해 피고가 얻은 이익을 특허법 제128조 제4항에 따라 원고의 손해로 추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나. 판결의 의미와 한계점

대상판결은 특허침해에서 부수품이나 부수적 용역의 판매 감소에 따른 손해를 기본적으로 민법상 특별손해의 문제로 취급하면서 특허법 제128조의 적용 여지를 봉쇄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벗어나, 일정한 요건 아래 이를 특허법 제128조의 적용대상으로 포착하였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특허법 제128조 제4항을 적용하여 손해액을 산정한 것도 그 자체로는 타당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부수품이나 부수적 용역은 ‘침해행위를 하게 한 물건’이 아니므로 제128조 제2항은 적용될 수 없다고 하였는 바, 이런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A에 대한 특허권자(원고)가 A 대신 비특허 대체품(B)을 생산·판매하는 경우에도, 피고가 침해품(A)을 생산·판매하고 그 결과로 원고의 대체품(B) 판매가 상실되었다면 특허법 제128조 제2항에 의한 손해액 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지배적 견해이고 일본 등에서의 다수설ㆍ실무이다(실제로 대상판결 역시 별다른 이유의 제시는 없이 ‘대체품’의 판매 감소에 대해서는 제128조 제2항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처럼, 특허침해로 인해 특허품 이외에 비특허 ‘대체품’ 판매가 감소한 손해에까지 제128조 제2항의 유추적용이 가능하다면, 비특허 ‘부수품’ 판매가 감소한 손해를 제128조 제2항에 의해 배상받을 수 없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다음으로, 우리 실무는 복합 제품에서 일부 부품만이 특허품인 경우, 복합 제품 전체를 기준으로 특허법 제128조 제2항을 적용해 손해액을 산정한 뒤, 그 전체 제품에서 특허부품이 차지하는 비율(기여율)을 곱하여 최종 배상액을 산출한다. 이처럼 비록 특허 부분은 아니지만 특허 부분과 밀접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는 ‘부품(component)’까지 일체로 파악하여 손해액을 계산하는 법리를 고려하면, 특허 부분과 밀접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는 ‘부수품(accessory)’까지 일체로 고려하여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 역시 같은 사고의 틀 안에 있다고 해야 한다.주4


4. 결어

요컨대, 특허침해로 인한 부수품이나 부수적 용역의 판매 감소로 인한 손해 역시 특허법 제128조 제2항의 유추적용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 결과 원고가 ‘특허품 + 부수품’을 판매하는 상태에서 피고가 ‘침해품’, 혹은 ‘침해품 + 부수품’을 판매한 경우에는 [‘특허품 + 부수품’에 대한 원고의 단위당 이익 × 피고의 침해품 판매수량 = 손해액]의 산식에 따라 산정해야 할 것이다. 만약 피고가 침해품을 판매하고 원, 피고의 제품 중 일부에만 특허가 개재된 경우라면, [원고 전체 제품의 단위당 이익 × 특허 기여율]을 통해 원고의 단위당 이익을 먼저 산정하고 거기에 [침해품 양도수량]을 곱하게 된다. 이를 위 논의에 적용하면, 피고의 침해로 원고의 「특허품 + 부수품」의 매출이 감소된 이상, 당연히 「특허품 + 부수품」에 대한 원고의 단위당 이익을 결정한 뒤 거기에 침해품 양도수량을 곱해 손해액을 산정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에서는 부수품의 판매수량, 부수적 용역의 제공 대가 및 권리자의 단위당 한계이익 등을 특정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었고, 그로 인해 특허법 제128조 제2항의 적용을 배제하고 제4항을 적용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법원으로서는 ‘특허법 제128조 제2항은 부수품 판매에는 적용이 없다’는 일반론을 설시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에서는 판매감소 수량이나 한계이익을 인정하기가 곤란하므로 제4항 적용한다’고 설시하는 편이 더 합당했을 것이다.


1  위 판결의 법리와 배경은 당시 재판연구관의 해설인, 박성수, ‘의장권 침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을 위한 구 의장법 제64조 제1항의 해석-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5다36830 판결’, 대법원판례해설 제65호(2007), 562-564면 참조.


2  Rite-Hite Corporation v. Kelley Company, Inc., 56 F.3d 1538 (Fed. Cir. 1995, en banc). 그 경우 특허품 본체와 부수품 사이에 ‘기능적 관련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판례들도 있지만, 그 실질은 특허침해와 부수품 판매 감소라는 손해 사이에 통상적인 ‘예견가능성’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C. Bradford Biddle et al., Patent Remedies and Complex Products, Cambridge Univ. Press(2019), pp.65-66).


3  BGH, 21.09.2006-I ZR 6/04-Steckverbindergehäuse


4  만약 비특허 부수품이 특허품과 동시에 판매되는 제품이라면 그것이 과연 ⅰ) 특허 제품(복합 제품)의 비특허 부품인지, ⅱ) 단일 특허제품의 비특허 부수품에 불과한 것인지 언제나 분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예컨대 특허품인 면도기 본체에 삽입되어 최초판매시 함께 판매되지만, 사후 추가 구매의 대상이 되는 ‘면도날’은 ⅰ)에 해당할 수도 ⅱ)에 해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