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은 檢·警이 공동의 책임을 지도록 설계해야”


“한국의 검찰제도 개편 논의를 보면 검찰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이야기만 있습니다. 제 말은, 검찰제도를 바꾸겠다면 경찰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당연히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경찰개편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여러 자료를 찾아봐도 관련 논의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국민이 사법제도에 불신을 갖고 있다면, 경찰의 책임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도 논의해야 합니다.”
아베 쇼타(安部祥太) 간세이가쿠인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일본에서 한국법을 연구하는 몇 안 되는 학자다. 형법, 형사소송법, 교정학, 소년법, 재심 등을 연구해 왔다. 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서울동부지검장의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를 일본어로 번역했다. 법률신문을 10년 넘게 애독한 독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4월 고려대 로스쿨 방문학자로 입국한 그가 23일 법률신문사를 찾았다. 이날 양석조(29기) 변호사와 한국과 일본의 형사사법 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양 변호사는 2023년 대검 반부패부장, 2024년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내고 2025년 퇴직했다. 금융, 경제, 사이버 분야 수사통이다. 유년시절을 일본에서 보냈고 2006년 방문연구원으로 일본 게이오대 로스쿨에서 공부했다. 지금은 한양대에서 형법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법을 연구하는 일본학자와 한국 형사법의 실무 전문가가 만난 자리였다.
아베 교수는 “이전까지 한국 검·경은 비교적 협력관계로 범죄를 수사했다. 2021년 수사권 조정 때는 검·경 관계 자체가 중요한 주제였는데 지금은 이런 논의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 건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 관계는 빠르게 단절됐다. 사건을 진행하면서 문서만 오갈 뿐 서로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 됐다.
일본은 체포와 압수·수색영장 청구권을 경찰이 직접 가지고 있을 정도로 검찰과 권한이 분산돼 있다. 그럼에도 검·경 관계는 협력적이다. 사기처럼 난도 높은 사건은 경찰이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찰과 미리 상의한다. 사건을 논의하면 경찰이 단독으로 처리할 때보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이 편이 효율적이다. 보완수사 요구를 할 필요가 없어져 오히려 사건처리 기간은 줄어든다.
양 변호사는 “유학할 때 검찰 소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첫 장면이 경찰이 사건기록을 가져와 검사와 상담하는 장면이었다. 수사지휘권이 없는데 왜 수사 초기에 상담하는지 일본 검사에게 물으니 ‘결국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하는데 사전에 설명하지 않으면 어떤 검사가 청구해주겠느냐’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기능이 다른 검·경이 서로 필요에 의해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쇼타 교수
검찰·경찰 권한 분산된 일본
난도 높은 건은 초기부터 상의
양석조 전 대검 반부패부장
“검사에게 보완수사권 없으면
할 수 있는 일 없어 책임 회피”
두 사람은 경찰과 검찰의 목적이 같지 않다는 점에서 긴장이 생긴다고 공감했다. 경찰은 치안 유지가 중요하다. 빠르게 범인을 잡는 것이 우선 목표다. 검사는 이후 유죄 판결을 얻어내는 데 책임을 진다. 경찰은 일단 범인을 잡아 송치하면 치안 문제는 해결했다고 생각하고 재판까지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은 한국보다 검·경 관계가 협력적인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련의 형사사법 과정에서 검·경이 공동의 책임을 지게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공감이 이뤄졌다. 양 변호사는 그런 점에 비춰서도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력관계도 각자의 책임과 권한이 명확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보완수사권이 없으면 검사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책임을 회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능한 검사실은 검사가 수사관에게 모든 일을 일임하지 않는다. 보완수사권이 없다고 해서 경찰에 보완수사를 더 자세히 요구하고 저절로 협력하게 된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했다.
아베 교수도 같은 문제를 짚었다. “경찰 수사가 부족해 무죄가 나오면 기관 사이 책임 공방이 생길 수 있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보완수사 요구권만으로는 검찰이 책임을 지게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에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데, 송치된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할 수 없다면 형사사법 전체에 구조적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아베 교수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10월 공소청이 설립되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과 관계에서 공소청 검사가 어떤 지위인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했다. 영미권처럼 경찰의 의뢰를 받은 검사가 법정에서 주장하는 변호사 역할로 재편되면 무죄율이 높아지는 것도 일부 감수해야 한다. 그런 전환을 의도했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대륙법계 전통이 강한 한국에서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아베 교수는 “검사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할지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일본 형사사법의 최대 과제는 신속한 수사와 재판이었고 과거엔 한국의 빠른 절차를 부러워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그런데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처리가 크게 지연되면서 지금은 심각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아베 교수는 한국법이 앞서나가는 분야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 형법이 제정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 일본법을 모법으로 삼으면서도 이를 응용하는 노력 때문이다. 국민참여재판, 영상재판, 종이 문서를 대체한 전자소송 같은 제도가 그렇다.
한국 형사법의 과제도 제시했다. 기본법인 형법보다 특별법의 조문 수가 많을 정도로 특별법이 난립하고 있고, 양형이 점점 무거워지는 엄벌주의 경향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아베 교수는 “처벌에도 균형이 있어야 한다. 일본에도 특별법이 있지만 한국처럼 많지는 않다. 한국은 특히 성범죄 관련 규정이 여러 법에 흩어져 있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아베 교수와 양 변호사는 앞으로의 교류도 약속했다. 아베 교수는 일본 법학계에서도 최근 한국 형사법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일본 교수가 한국에 와서 일본 판례를 소개하거나 한국인이 일본에서 유학했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배울 점이 많다. 일본법을 더 잘 알기 위해서라도 일본의 형사법학계는 한국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