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임죄연구소, '제2회 배임죄 연구 학술세미나' 열어

배임죄 구성요건의 모호함으로 인한 해석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배임죄연구소(회장 김신 전 대법관)는 11월 28일 부산 서구 부민동 동아대 로스쿨에서 ‘제2회 배임죄 연구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주원(사법연수원 21기)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배임죄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이 1979년 이후 무려 16건이나 된다”며 “이는 법원조차 배임죄에 대해 명확하고 일관된 해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배임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인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판례 법리가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판례는 ‘임무위배행위’를 ‘신의칙상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처럼 모호한 정의로는 배임행위가 아닌 행위를 쉽게 상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이 불명확해지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구성요건인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대해서도 형해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해당 요건을 명시적으로 다룬 판례는 약 5건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사건에서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며 “이 요건은 배임죄의 과잉 적용을 막는 중요한 안전판인데, 사실상 무시되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개선방안으로 ‘해석론’보다 입법을 통해 구성요건을 명확히 하는 ‘개정론’을 제시했다. 그는 “수십 년간 축적된 판례법리의 문제점을 감안할 때,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해결책은 입법 개정”이라며 “물론 해석론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혼란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배임죄연구소는 지난 5월 동아대 로스쿨 석좌교수인 김신(12기) 전 대법관의 제안과 허일태 동아대 로스쿨 교수, 이주원 고려대 로스쿨 교수, 노수환(24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하태영 동아대 교수의 참여로 시작됐다. 작은 연구회로 출발한 한국배임죄연구소는 현재 15명의 법학 교수와 8명의 변호사가 회원으로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 전 대법관이 한국배임죄연구소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김 회장은 “배임죄의 여러 부작용은 규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학계와 실무계를 지배하고 있는 잘못된 해석과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헌법과 형법 해석의 원칙에 부합하는 올바른 해석을 통해 배임죄의 본래 모습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형법 제정 72주년 기념식’도 함께 진행됐다. 우리 형법은 1953년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에서 제정됐다. 당시 임시정부 청사로 사용된 경남도청 건물은 현재 동아대 박물관으로, 이번 세미나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동아대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