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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의 판도 뒤바꾼 역사적 조약들을 조명한 학술회의 개최



올해는 청일전쟁 후 체결된 시모노세키 조약 130년, 러일전쟁을 마무리한 포츠머스 조약 120년, 그리고 대한제국이 외교권을 박탈당한 을사늑약 120년이 된다. 당시 동북아시아의 판도를 뒤바꾼 역사적 조약들을 국제법적 관점, 역사학적 관점에서 과연 어떠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동북아역사재단은 9월 5일 오후 1시부터 재단 대회의실에서 ‘동북아시아 조약 질서 형성과 인식의 변화’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국제법 연구자인 강병근(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오시진(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안종철(Ca Foscari Univ. of Venice), 이서희(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역사 연구자인 김태웅(서울대), 도면회(대전대), 조재곤(서강대), 손성욱(창원대), 문일웅(국사편찬위원회), 신효승(동북아역사재단), 오가와라 히로유키(도시샤대학 同志社大学)가 참석하여 발표와 토론을 한다.

국제법적 측면에서는 동북아시아 근대 조약 질서의 형성과 그것에 대한제국에 미친 영향을 국제법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먼저, 오시진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조약과 제국주의-19세기 말 불평등한 국제법 체계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한다. 오시진 교수는 을사조약 등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에 체결된 불평등 조약과 관련해 당시 지배적이었던 법실증주의와 문명론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하고, 비문명국에 대한 국제법 적용은 배제하면서도 그들과의 조약은 국가 간 합의(동의)라는 이유만으로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논리가 성립될 수 없다는 점, 당시에도 자연 이성에 기초한 정의의 원칙에도 의존했다는 점을 밝힌다.

강병근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러일전쟁 시기 국제 관습법과 을사늑약’을 주제로 1904년 러일전쟁 개전 시기부터 시작된 일본군의 한국 점령부터 1910년 병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당시 국제법을 위반한 일련의 불법 행위였다는 점을 밝힌다.



당시 국제사회의 기본 원칙인 국가 독립, 평등, 그리고 자기보전 원칙에 따르면, 중립국이었던 대한제국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점령은 어떠한 정당방위 명분으로도 합법화될 수 없었다. 특히, 일본의 한국 점령은 러일전쟁이 끝난 1905년 9월 이후에도 지속되었는데, 이는 정당방위에 필요한 필요성과 비례성 원칙을 충족하지 못했기에 지속적인 불법 행위로 평가된다. 이러한 일본의 불법 점령 하에 체결된 1905년 을사늑약은 국제법상 무효인 조약이다. 일본은 불법적인 무력 사용을 통해 한국을 점령한 상태에서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려는 진정한 의도를 숨기고 보호조약이라는 형식을 이용하였다. 궁극적으로 1910년의 한국 병합 또한 이러한 불법 점령에 기반한 강제 병합이었기에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헤이그 만국평화회의(1899년)와 전쟁법의 변화’를 주제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동북아시아의 근대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국제법이 ‘문명’을 도구로 활용하여 적용했는지 검토한다.

동북아시아 근대 질서 형성 과정에서 서구 열강은 국제법을 ‘문명국’의 전유물로 여기며 청국을 ‘비문명국’으로 규정하였다. 이를 통해 불평등 조약을 강요하고 자신들의 침탈 행위를 '교화'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본은 이러한 서구의 논리를 적극 수용하였고, 국제사회에서 ‘문명국’의 일원으로 인정받고자 하였다. 신효승 연구위원은 결국, 일본에게 국제법은 보편적인 가치가 아니라 제국주의적 침략을 정당화하고 자신들의 야만성을 가리는 '가면'에 불과했다는 것을 조명한다.

역사적 측면에서는 당시 한중일 삼국의 조약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검토한다.

문일웅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는 ‘시모노세키 조약 체결 이후 조선 내각의 대일관계 재정립 모색: 조선협회 창립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한다. 1895년 시모노세키 조약 체결 직후 조선이 갑오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창립된 조선협회가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자주적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결성한 정치결사로서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 조명한다. 조선협회는 을미사변과 같은 격변 속에 와해되어 단명했지만, 새로운 동북아 질서 속에서 독립을 추구하는 한국 근대 정치사의 새로운 지평을 연 독립협회 창립에 사상적‧조직적 기반을 제공하였다.

손성욱 국립창원대 교수는 ‘청말 중국은 ’시모노세키 조약‘을 어떻게 서술했는가?’를 주제로 발표한다. 손 교수는 근대 중국이 반식민지화되는 구조적 출발점이자 국민적 애국심을 고취하는 역사적 상징으로 굳어진 시모노세키 조약의 체결 직후부터 신해혁명 이전까지 청말 중국이 조약을 어떻게 인식하고 서술했는지 다각도로 분석한다.

끝으로 일본 오가와라 히로우키(도시샤대학)는 ‘러일전쟁 후 일본의 자타인식-조선인식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청일‧러일전쟁을 거쳐 한국을 병합하는 시기 일본 대중의 조선인식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했는지 당시 미디어(대중매체)를 분석해 발표한다. 기존 연구가 주로 위정자나 지식인 견해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일본 대중의 집단 심성을 파악하기 위해 당시 정치 풍자 잡지 등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한다.

한편, 종합토론에서는 서울대 김태웅 교수가 좌장을 맡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과거 역사로부터 현재 우리가 직면한 동북아 질서를 이해하는 데 오움이 될 시사점을 도출할 예정이다.

동북아역사재단 박지향 이사장은 “동북아 근대 질서가 형성되던 격변의 시기를 조약이라는 국제법적 규범의 틀과 그 안팎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인식을 통해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이번 학술회의가 오늘날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찾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을 기대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출처 : K스피릿(http://www.ikoreanspir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