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고대법대, 한국 법체계의 주춧돌
법치주의 확립에 크게 기여
10개 분과로 나눠 학술대회 진행
“학문으로서 법학에 집중해야”
고려대 법과대학 120주년 기념식이 지난 7일 오전 10시에 법학관 신관 황의빈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원 총장, 최교일 법대교우회장을 비롯한 교우들이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기념사에 앞서 박종수(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성전문학교 법학 교과서 13종 복원, 모금 운동 현황 등 120주년 기념사업의 경과를 보고했다.
김동원 총장은 “보성전문학교 법률학과에서 출발한 고대법대는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며 자유와 민주주의의 토대를 다졌다”며 “고려대의 새로운 120년에서도 고대법대가 든든한 주역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국내 법학전문대학원이 변호사 시험 합격률 경쟁에 매몰되면서 학문으로서의 법학은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며 “미래 법학자 양성센터를 출범해 법치주의 확립을 주도하겠다”고 했다.
축사를 맡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제 조부 가인 김병로 선생께선 보성전문학교에서 법학을 가르치시며 법을 통한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사명을 청년들의 가슴에 심어주셨다”며 “고대법대가 이 뜻을 이어받아 법조인의 사명 실천에 앞장서 달라”고 전했다. 기념사 낭독 후 기념 영상을 시청한 참석자들은 해송법학도서관 1층에 마련된 고대법대 120주년 기념실로 이동해 보성전문학교 시절 사용한 법학 교과서 등을 관람했다. 이후 건물 옆 마당에서 진행된 회화나무 식수 행사를 끝으로 기념식이 마무리됐다.
오후 12시 30분부터는 안암법학회가 주최한 고려대 법과대학 120주년 기념 ‘한국법학의 중심, 고대법대 120년의 발자취와 미래’ 학술대회가 CJ법학관 베리타스홀에서 열렸다. 기조 강연에 나선 명순구(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려대 설립과 발전에 헌신한 가인 김병로·인촌 김성수·현민 유진오의 족적을 조명했다. 명순구 교수는 “1932년 가인의 권유로 인촌이 고려대를 인수하면서 재정난을 극복했고 인촌의 요청을 받아들인 현민이 고려대에 부임하며 지금의 정체성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헌법, 민법, 금융법 등 총 10개 분야에 대한 고려대 법과대학의 기여를 공통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신법학관 512호에서 열린 헌법 세션에 참여한 학자들은 고려대 헌법학의 성취와 과제를 탐색했다. 장영수(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역대 최장수 헌법으로 기능한 현행 헌법을 개헌하자는 요구가 크다”며 “120년 동안 단단한 체계를 갖춘 고려대 헌법학이 대한민국 헌법 개정과 발전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CJ법학관 508호에서 열린 외국학자 세션에선 고려대 법과대학 학자와 독일 학자들이 양국의 교류 성과를 평가했다. 요헨 토피츠(Jochen Taupitz, 만하임대 법학과) 교수는 “지금껏 고려대의 젊은 학자들이 독일에 와서 법을 배우고 박사 학위 논문을 많이 작성했다”며 “한국인의 시각으로 독일 법을 해석한 논문들은 독일 학계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평했다. 김경욱(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국 간 법학 교류가 활발했던 과거와 달리 점차 한미 법학 교류만 왕성해져 독일 법학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CJ법학관 리베리타스홀에서 열린 행정법 세션에선 고려대 법과대학 명예교수의 업적이 논의됐다. 하명호(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행정법 교과서인 <행정법요론>을 저술한 故 윤세창 교수는 한국 행정법학 정립을 주도한 선구자”라며 “윤 교수의 학문적 지위와 위대한 업적은 칭송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베리타스홀에서 열린 민법 세션에선 16명의 발표자가 모여 고대법대 민법학을 평가하고 회고했다.
기조연설을 청강한 하다혁(자전25) 씨는 “고려대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수많은 역사적 굴곡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법학계를 굳건히 이끌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경욱 교수는 “로스쿨 체제 아래 법의 학문적 색채가 희미해지고 있지만 이번 학술대회로 국제 법학계와의 연구가 활발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 | 박병성·정송은 기자 press@
사진 | 김준희 기자 hee@
출처 : 고대신문(http://www.kunew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