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政學界趣旨書

 

竊觀我邦之新聞雜誌刊行于世者不一其類而至若有大關係於國家與社會之重要者ᄂᆞᆫ則未有如本雜志焉ᄒᆞ니何謂重要人之所憑依以生也何謂所憑依生無是無以爲生也且夫國家與社會上萬般事爲必有原因然後始生結果ᄒᆞᄂᆞ니無原因而結果生者ᄂᆞᆫ變則也有原因而結果不生者亦變則也現今泰西列邦措其國於礬泰之安ᄒᆞ야儼然確立ᄒᆞ야雄視世界ᄒᆞ야伸張手腕ᄒᆞ니表面觀之似出於自然的成立이나此亦有原因而生結果者也然則其原因何也法律及經濟是也所謂法律者ᄂᆞᆫ治國之規矩營世之準繩이라硏鑽此原理原則ᄒᆞ야懲其過去ᄒᆞ고明其現在推其將來ᄒᆞ야辦定國家興運之學問이오所謂經濟者ᄂᆞᆫ經國之方法이오濟世之活動이니硏鑽此原理原則ᄒᆞ야鑑其過去ᄒᆞ고補其現在ᄒᆞ察其將來ᄒᆞ야判決國家盛勢之學問이니此二者ᄂᆞᆫ相須而行ᄒᆞ야不可須臾離也我大韓開國五百有十六年이오通商三十有餘年이로ᄃᆞ人文不闢ᄒᆞ고形勢ᄅᆞᆯ未觧ᄒᆞ야國家興運世界大勢ᄅᆞᆯ不爲預先硏究ᄒᆞ고徒望自然成立ᄒᆞ야以是而萎靡不振ᄒᆞ야至於今日ᄒᆞ니良可慨痛也로다我普成專門學校於光武九年始法律經濟二科ᄒᆞ고延聘高明之士遊學外國者ᄒᆞ야講究此原理原則ᄒᆞ니學校的敎授ᄂᆞᆫ其効力範圍不過在學生幾千幾百이나其主旨目的不但止於此將以公之於國家與社會ᄒᆞ야編輯法律經濟學問之衆說ᄒᆞ야月月刊報ᄒᆞ니名曰法政學界凡我國同抱ᄂᆞᆫ爭先睹夬ᄒᆞ야啓發覺悟하면豈惟本誌之幸이리오實社會之幸也國家之幸也라ᄒᆞ노라

[法政學界 第壹號(光武十一年五月五日)]

 

"법정학계" 취지서

 

분히 살펴보건대 우리나라에서 간행되는 신문·잡지가 하나가 아닌데, 국가·사회에 직접 관련되는 중요한 것으로 이번에 창간하는 이 잡지만한 것이 없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이 잡지에 의지하여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왜 이것에 의지하여 살아가는가? 이 잡지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개 국가와 사회의 수만 가지 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은 후에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원인이 없이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변칙이요, 원인이 있는데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것 또한 변칙이다. 오늘날 서양 열강이 그 나라를 편안한 반석 위에 놓고 엄연히 확립하여 세계를 내려다보고 수완(手腕)을 펴는데, 표면상으로 보면 자연히 이루어진 것 같으나 이 또한 원인이 있어 생긴 결과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법률과 경제가 그것이다. 법률은 나라를 다스리는 잣대이고 세상을 경영하는 먹줄인데, 법률학은 이 원리원칙을 깊이 연구하여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밝히며 장래를 내다보아 국가의 흥운을 판단하는 학문이다. 한편 경제란 나라를 경영하는 방법이고 세상을 구제하는 활동인데, 경제학은 이 원리원칙을 깊이 연구하여 과거를 거울삼고 현재를 보완하며 장래를 살펴 국가의 성세를 판단하는 학문이다. 그리하여 이 두 학문은 서로 병행하는 것으로 잠시도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프다! 우리 대한(大韓)이 개국한지 516년이고 통상을 시작한지 30여 년이지만, 인문(人文)이 열리지 못하고 형세를 알지 못하여 국가의 흥운과 세계의 대세를 미리 연구하지 아니하고 쓸데없이 자연히 이루어지기만을 바라다가, 이로 인하여 시들고 쓰러져 떨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으니 진실로 분하고 괴로운 일이다.


리 보성전문학교는 광무 9(1905)에 법률·경제의 두 학과를 시작하고 외국에 유학한 고명한 분을 초빙하여 그 원리원칙을 강의·연구하고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그 효력범위가 몇천 또는 몇백의 재학생에 불과하지만 그 주된 목적은 단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장차 학문적 성과를 국가와 사회에 공개할 목적으로 법률·경제에 관한 여러 학설을 편집하고 매달 잡지로 발간할 것인데, 그 이름을 󰡔法政學界󰡕로 하고자 한다. 무릇 우리 동포가 다투어 먼저 읽고 결단하여 계발(啓發)하고 각오한다면 이것이 어찌 이 잡지만의 다행이리오. 실로 사회의 다행이요, 국가의 다행이라 할 것이다.

 

["법정학계" 1(19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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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대학교는 국권이 위태롭던 1905보성전문학교의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법과와 이재과(경제·경영)의 두 학과로 시작한 보성전문학교(2년제)가 제1회 졸업생을 배출한 1907년 강사(교수)와 졸업생들은 법률·경제·정치 분야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학술지를 발간했다. 그것이 바로 󰡔法政學界󰡕(법정학계)이며, 위 글은 이 학술지 창간호에 실린 발간 취지서이다.

취지서는 󰡔法政學界󰡕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 법학과 경제학의 중요성, 허약한 조국에 대한 원인분석과 반성, 보성전문학교의 설립 배경과 국가·사회적 책무, 학문 활동에 있어서 󰡔法政學界󰡕의 비전·역할 등을 담고 있다.

람들은 고려대학교가 교육구국”(교육으로써 나라를 구한다)의 신념으로 설립된 학교라고 말한다. 위 글은 그 이유를 간명하고 묵직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