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출처 : 한경BUSINESS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50&aid=0000045646

한경BUSINESS=김영은 기자 (2017.10.17)

 

 

 

[스페셜리포트Ⅰ 인터뷰]
- 변호사 공급과잉 해외로 눈 돌리면 풀려
- 로스쿨 핵심은 직업교육...전문변호인 육성과 함께 학문후속세대 양성해야

 

[한경비즈니스= 김영은 기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한경비즈니스가 실시한 ‘2017 전국 로스쿨 랭킹’에서 사립대 중 1위에 오르며 4년 연속 사립대 최고 로스쿨 자리를 지켰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10월 12일 명순구 로스쿨 원장을 만나 고려대 로스쿨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와 로스쿨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한 답을 들었다.

 

그는 로스쿨의 자율성을 강화해 시장경제 원리를 따르고 직업인으로서의 법률가를 양성할 뿐만 아니라 학문으로서의 법학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순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

1962년 충남 청양 출생. 1980년 서울고 졸업. 1985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87년 고려대 법학대학원 석사. 1994년 파리1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2017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법과대학장·법무대학원장(현).

 

Q. 취임하신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앞으로 10년 동안 고려대 로스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했습니다. 로스쿨이 출범한 지 8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의 공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대비책을 강구했습니다.

이를 위해 법대 교수와 다른 과 교수, 각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법학미래기획단’을 꾸려 과거와 현재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미래 비전을 담은 발전 계획서를 만들었습니다. 11월 17일 ‘고법인(高法人)과 함께하는 밤’ 행사를 개최해 교우(동문)에게 발전 계획서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Q. 4년 연속 사립대 1위를 차지한 고려대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우수한 교수진과 다양한 커리큘럼도 한몫했지만 로스쿨에도 고려대 특유의 정신이 입혀진 것 같습니다. 고려대는 선후배 간 끈끈한 유대감과 학생들의 동적인 사고방식이 특징입니다. 여러 교우(동문) 단체에서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기부하고 모임을 만들어 격려하는 것도 로스쿨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Q. 고려대 로스쿨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 계획인가요.

 

“로스쿨을 보유한 25개 대학의 법과대학이 2018년 2월 폐지됩니다. 로스쿨을 안착시키기 위해 제정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로스쿨 인가 대학은 법학사 학위 과정을 둘 수 없기 때문이죠. 이제 로스쿨과 법학학부는 공존할 수 없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로스쿨을 시작했지만 학부를 유지했던 일본은 로스쿨 체계가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과대학과 로스쿨은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죠.

법과대학은 일반 법학을 공부합니다. 법대를 졸업한 후 법률가가 될 수도 있고 기업에 들어가 다양한 직무를 맡을 수도 있고 학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로스쿨의 핵심은 ‘직업교육’입니다. 즉 판사·검사·변호사 등 전문 법조인 배출을 1차 목표로 하는 직업학교라고 봐도 됩니다. 따라서 법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연구하고 교육할 학자나 교육자를 양성하는 것이 현재 가장 큰 과제입니다.”

 

Q. 로스쿨에서 학문으로서의 법학까지 발전시킬 묘책이 있을까요.

 

“로스쿨 졸업생 중 일부가 학문의 길에 들어와 법학 공부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선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합니다.”

 

Q. 변호사 시험을 자격시험화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로스쿨의 취지 자체가 교육을 통한 전문 법률인 양성입니다. 옛 사법시험 체계를 그대로 따른다면 로스쿨 제도는 의미가 없어져요. 로스쿨 정원을 통제하거나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숫자를 통제하는 것은 로스쿨이 지향하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시장경제를 따르는 미국식 로스쿨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변호사의 일자리는 사회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해요. 국가가 사법시험과 로스쿨 체계의 중간 단계에서 계속 통제하다 보면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됩니다.

변호사 시험 자격 시험화를 통해 변호사들의 직무 영역이 더 넓어져야 하고 더 많은 사람이 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Q. 변호사 과잉공급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매년 1500명 정도의 신규 변호사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도 한국 경제 수준에 맞게 글로벌해져야 합니다. 한국만 고집하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려 글로벌 법률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변호사 과잉공급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슬람 국가는 종교 특성상 비즈니스를 할 때도 법률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지금은 이 분야를 영국과 미국 로펌이 독점하고 있는데, 우리 로스쿨 졸업생들도 이런 분야에 진출해 시장을 넓혀야 합니다. 국내 로스쿨의 커리큘럼 등 교육 인프라도 국제적으로 바꿔야 해요.”

 

Q. 로스쿨 교육에서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학교마다 정원이 모자라다 보니 전문적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로스쿨 출범 당시에는 금융·국제비즈니스·의료 등 학교마다 분야가 특성화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특성화라는 말이 유명무실해졌어요. 소규모 학생들로 운영하다 보니 선택과목이 개설될 수 없습니다.

다양한 전공자들이 법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투입되는 게 로스쿨의 취지인 만큼 필수과목 외 융·복합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로스쿨 안정화를 위해 변호사 시험 점수를 공개하면 안 되고 변호사 시험이 자격시험화돼야 합니다. 변호사 과잉공급 문제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르면 자연히 해결될 겁니다.

로스쿨을 ‘현대판 음서제’나 ‘금수저’만 갈 수 있는 학교로 오해하는 여론이 형성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로스쿨의 본질이 왜곡됐고 대통령 선거 등 여러 가지 이슈로 로스쿨이 입방아에 오르면서 논란은 더 증폭됐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로 로스쿨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제는 논란을 멈추고 제도적인 정비와 보완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때입니다.”

 

kye0218@hankyung.com